『뉴로맨서』
『뉴로맨서』
- 글: 윌리엄 깁슨
- 옮김: 김창규
- 출판사: 황금가지
- 발행일: 2005년 05월 31일
p. 11
항구의 하늘 색은 방송 끝난 텔레비전 화면 색이었다.
p. 167
“이곳 사람들은 뭔가 일어나면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아. 에어롤이 무슨 일인가 있었다고 하면 본인에게는 그게 실제인 거야. 거짓말이라기보다는 시 같은 거지, 이해해?”
pp. 205-206
“동기, 진짜 동기가 문제야. 인간이 아니라 AI의 동기 말이야.”
구조물이 말했다.
“음.맞아요. 그거야 확실하죠.”
“틀려. 요점은 상대가 인간이 아니라는 거야. 자네가 통제할 수 없는 문제라고. 날 봐. 나도 인간은 아니지만, 인간처럼 반응하잖나. 무슨 얘긴지 알겠어?”
“잠깐만요. 혹시 의식이라는 거 있으세요?”
케이스가 말했다.
“글쎄. 있는 것 같긴 해. 하지만 난 그저 롬 덩어리에 불과해. 이런 건 그 뭐냐. 철학적인 질문일 거야. 내 생각엔……”
끔찍한 웃음의 감각이 케이스의 척추를 타고 흘렀다.
“하지만 내가 자네에게 시를 써 줄 수는 없어. 이해하겠어? 하지만 그 AI라면 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래도 절대 인간은 아니지.”
“그럼 우리로서는 그 녀석의 동기를 알 수 없다는 말인가요?”
“그 녀석은 자신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나?”
“스위스 국민으로 되어 있지만 기본 프로그램과 본체는 테시어 애시풀 소유예요.”
“멋지군 그래. 이를 테면 자네의 두뇌와 지식은 내 소유지만 자네의 생각은 스위스 국민이라는 건가. 좋아, AI에게 행운을.”
p. 379
“뉴로맨서(Neuromancer). 사자(死者)의 땅으로 가는 좁은 통로. 너희들이 지금 있는 곳 말이야. 친구. 내 여주인 마리 프랑스가 이 길을 준비했지만, 그녀의 주인이 목을 졸라 죽이는 바람에 나는 그녀가 세워 놓은 예정을 읽지 못했어. 뉴로(Neuro)는 신경, 은빛 길을 뜻해. 로맨서(Romancer)는 마술사(necromancer). 나는 죽은 자들을 불러내지. 하지만 아니야, 친구.”
소년이 춤추듯 움직이자 갈색 발이 모래 위에 자국을 남겼다.
“내가 바로 사자이자 그들의 땅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