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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프 코스터의 재미 이론』

『라프 코스터의 재미 이론』

  • 글: 라프 코스터
  • 옮김: 유창석, 전유택
  • 출판사: 길벗
  • 발행일: 2017년 03월 25일

p. 44

지나친 혼돈은 대중에게 인기가 없다. 우리는 이를 ‘소음’, ‘추함’, ’형식이 없는‘이라고 표현한다. 대학교 시절 음악 선생님은 “음악은 소리와 침묵이 정돈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문장에서 ‘정돈된’이란 단어는 매우 중요하다.
매우 정돈된 음악임에도 대중에게 인기 없는 음악도 있다. 비밥이라는 재즈 장르는 많은 사람에게 그저 소음이다. 그러나 나는 소음을 다르게 정의해보고 싶다. 소음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패턴이다.

p. 48

‘꿰다(grok)‘라는 단어는 매우 유용하다. 이 단어는 로버트 하인라인이 자신의 소설 〈낯선 땅의 이방인〉에서 처음 만들어냈다. 무언가를 완전히 이해해서 하나가 되고, 심지어는 사랑하게 된다는 의미다. 직관이나 공감을 넘어서는 깊은 이해인 것이다(물론 직관이나 공감은 이 과정에서 필수 단계다).

p. 60

결국, 책 제목으로 다시 돌아와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재미란 무엇인가?
단어의 근원을 파고 들어가 보면 재미(fun)라는 단어는 중세 영어에서 ‘바보’를 의미하던 ‘fonne‘이나, 게일어에서 ‘즐거움’을 의미하던 ‘fonn‘에서 왔다. 어느 쪽이든 재미는 ‘기쁨의 원천’으로 정의된다.

p. 167

 협력적경쟁적단독
건설적커뮤니티직업취미
경험적공연스포츠관객
해체적강의비평분석

p. 172

그런 게임은 어떤 것일까?
생각하게 하는 것
숨어있던 것을 드러내어 알려주는 것
사회의 공익에 이바지하는 것
상식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것
해볼 때마다 색다른 경험을 주는 것
사람마다 자기만의 방법으로 시도해보게 하는 것
오독을 용인하는 것, 심지어 그것을 장려하는 것
지시하지 않는 것
몰두하게 하고, 세계를 보는 관점을 바꾸는 것

pp. 178-179

인상파 회화는 보이는 것, 모사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 인상파 회화는 사물이나 장면 자체가 아니라 사물이나 장면을 비추는 빛의 활동을 묘사한다.

인상파 음악은 주로 반복에 기반을 둔다.

물론 ‘인상파’ 작가도 있다. 버지니아 울프, 거트루드 스타인 같은 많은 작가가 등장인물은 이해할 수 없다는 사상하에 글을 썼다. 〈제이콥의 방〉과 〈앨리스 B. 토클라스의 자서전〉 같은 책은 자아에 대한 개념을 확립하고, 타인은 본질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그러나 그들은 또 다른 인식 가능성의 개념, 즉 인식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네거티브 스페이스(negative space)’, 즉 주변의 섭동을 관찰함으로써 형식을 이해하고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용어는 사진 예술계에서 사용하는 말로, 현실을 재현하는 문제를 논의할 때 많은 영감을 준다.

p. 179

인상파 게임도 만들 수 있을까? 다음과 같이 정형화된 시스템을 내포하고 있는 게임 말이다.

  • 이해하고자 하는 객체를 보거나 묘사할 수 없다.
  • 네거티브 스페이스가 실제 형태보다 더 중요하다.
  • 변화를 주며 반복하는 것이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

답은 물론 가능하다. 〈지뢰찾기〉가 바로 그런 게임이다.

p. 212

게임은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는 패턴이나 문제를 제시하여 우리가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폭을 넓혀줄 필요가 있다.
게임은 창작자의 의지가 담긴 형식 시스템을 창조해낼 필요가 있다.
게임은 게임이 우리의 사고 패턴에 끼치는 영향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게임은 사회적으로 책임이 있는 이슈와 씨름할 필요가 있다.
게임은 우리가 이해한 인간의 본성을 게임 디자인의 형식적인 면에 응용하려고 시도할 필요가 있다.
게임은 게임이라는 분야를 이해할 수 있도록 중요한 용어를 개발하여 공유할 필요가 있다.
게임은 한계를 넓힐 필요가 있다.

p. 220

선사 시대에는 게임이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아마도 우리는 게임이 가르쳐줄 수 있는 간단한 배움들을 필요로 하기에는 너무 커져버린 것 같다. 성인이 되면 사실상 어린애 같은 방법은 옆으로 치워놓듯이 말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을 보면서 어린애 같다는 것 또한 마음 상태의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계속 배움을 탐구하는 마음 상태다.
나는 이것을 옆으로 치워놓고 싶지 않다. 그리고 그 누구도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p. 234

할아버지가 내 일을 자랑스러워하시도록 만드는 방법은 정말로 간단하다. 할아버지가 작업실에서 목공 도구를 꺼내실 때마다 하셨던 일과 그리 다르지 않다.
작업에 최선을 다한다.
두 번 재고, 자를 때는 단번에 자른다.
결을 느끼고, 결을 따라 작업하고, 거스르지 않아야 한다.
상상 이상의 것을 만들어내되, 바탕이 된 근원에 충실한다.
어떤 창작 행위에도 들어맞는 훌륭한 조언이다.

p. 236

내 약속은, 누구도 다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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