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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2021년 돌아보기

WORK

1. 풀타임 재택근무 2년차

벌써 재택근무를 한지 만 2년이 다 되어간다. 내가 앞으로 직접 사무실에 출퇴근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다른 회사에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만큼 이 재택근무에 생활리듬이 완전히 적응해버렸다. 재택근무 처음할 때는 일 효율도 잘 안 나오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오히려 근무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일을 하고 싶을 때 하고 쉬고 싶을 때 쉬면서 원하는 수준으로 결과물을 낼 수 있어서 생산성 측면에서도 훨씬 좋아졌다고 느낀다. 무엇보다 출퇴근을 안 하니까 하루에 3시간 정도는 아끼는 셈인데, 이 시간이 생각보다 너무 소중하다는 걸 깨달아버렸다. 아마 내년에도 쭉 재택근무를 하지 않을까.

2. 파이썬으로 직접 서버를 만들어서 운영했다.

사실 이 프로젝트가 아주 대단한 수준의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사무실에 놀고 있는 데스크톱 PC 한 대를 파이썬 Flask를 사용해서 서버로 기능하도록 구현했다. 특정 이벤트가 발생하면 웹훅을 받아서 미리 짜여진 자동화 스크립트가 실행되는 방식. 매번 직접 요청 받으면 처리하던 일을 그냥 모니터링만 하면 되는 수준이니 일이 여러모로 편해졌다. 해당 처리 결과를 슬랙으로 받아보고 있기도 하고.

3. 온라인 플랫폼에서 강의를 했다.

〈파이썬을 활용한 업무 자동화〉라는 주제로 원티드에서 강의 영상을 촬영했다. 사실 그동안 이런저런 강의 의뢰가 있긴 했는데, 그래도 이 주제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했고, 4~5시간 정도의 분량으로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에 제안이 왔을 때 기쁜 마음으로 수락했다. 촬영 당일에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내가 평소에 자주 쓰던 코드 묶음을 다시 한 번 정리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강의료가 살림에 큰 보탬이 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일회성 아르바이트 정도라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았다.

LIFE

1. 수영을 다시 시작했다.

재택근무 2년차가 되니 이제 몸이 슬슬 망가지는 것 같아서 답답한 나머지 운동을 뭘할까 생각하다가, 역시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수영을 다시 하기로 했다. 그래서 평일에 퇴근하고 약속 없으면 무조건 수영을 갔다. 가민 스마트워치를 차고 수영 거리나 페이스 정도 확인하면서 다니니까 강습 없이 혼자 자유수영 해도 어느정도 운동량을 채울 수 있기도 하고, 애초에 즐겁게 수영하자는 주의라 너무 힘든 수준으로는 하지도 않는다. 3월에는 〈아레나X가민 챌린지〉에 참여해서 20일동안 21km 완주하고 수영복과 티셔츠 등 사은품도 받았다.

2. 내 인생 최고의 게임 《Outer Wilds》를 만났다.

재택근무를 하다보니 출퇴근 시간을 아껴 훨씬 풍부한 여가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게임을 많이 했는데, 올해 내 인생 게임을 만났다. Outer Wilds(아우터 와일즈). 이 게임을 다 플레이하고도 여운이 오래 남아서 이런저런 덕질을 했다. 관련 굿즈(모자, 패치, 티셔츠, 스티거 등)를 사기도 했고, 개인이 직접 3D프린터로 만들어서 채색해서 판매하는 피규어도 사고… 레딧 게시판을 매일같이 들락날락거렸다. 하나 내가 사고 싶었으나 놓친 게 있었으니 사운드트랙 바이닐. 비록 품절이지만 언젠가는 재발매 되겠지. 제발.

3. 친구의 EP 앨범에 기타로 녹음에 참여했다.

오랜 친구의 첫 앨범 준비과정에서 일렉기타로 녹음에 참여했다. 난 그동안 기타 녹음할 때 집에서 오디오 인터페이스에 다이렉트로 녹음하고 플러그인으로 앰프 시뮬레이터나 이펙터를 입혀 추출하는 방식을 썼는데, 이번에는 아예 믹싱 엔지니어 집에 직접 가서 앰프에 마이킹해서 녹음을 했다. 연주 요구사항도 명확했고 연주가 크게 어려운 것도 아니었기에 금방 끝나더라. 집에서 혼자 녹음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좋았다.

4. 재즈 기타 연습을 시작했다.

죽기 전에는 기타로 재즈 연주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일단 몽글몽글한 톤을 가진 할로우 바디 기타를 하나 샀다. 에피폰 조패스 시그니처 모델. 그리고 이런저런 교본을 사서 독학 중. 코드톤 연습하고 모드스케일 연습도 시작했다. 슬슬 지겹기도 하고, 이걸 어디에 어떻게 써먹을 수 있는지 아직 감이 안 와서 일단 다른 연주자가 친 스탠다드 곡 카피도 병행하기로 했다. 진도가 잘 안 나가기도 하고, 며칠 안 하면 바로 까먹고 뭐 그런 허접한 상태이긴 한데, 그래도 일단 시작은 했으니 천천히 조금씩 하다 보면 언젠가는 되겠지. 10년 쯤 치면 되지 않을까. 안 될 수도 있고 뭐.

5. 태어나서 처음으로 겨드랑이 제모를 해봤다.

수영장을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 겨드랑이를 관찰(?)하게 되었는데 남자들도 겨드랑이 제모를 한 경우가 종종 보였다. 깨끗하고 좋아보이더라. 그 생각이 한 번 들고나니까 입수 전 준비 운동할 때 혼자 약간 민망하기도 해서 나도 여름에 겨드랑이 제모를 해봤다. 4주 간격으로 다섯번. 처음에는 맨들맨들해서 기분이 정말 좋았는데 시간 지나니까 다시 털이 나긴 하더라.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털이 많이 가늘어지고 밀도(?)도 줄어들긴 했으니 이 정도도 괜찮은 상태인 것 같다. 내년 여름 정도에 다시 한 번 받아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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