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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 PC 구매 후기 & 초보자 견적 가이드

그동안 오래된 PC를 쓰고 있었는데 정말 답답해죽는 줄 알았다. 얘도 힘들었겠지.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인텔 CPU i9-9900을 지인 통해 매우 저렴한 가격에 얻게 되어서, 이 기회에 다른 부품도 싹 알아보고 용산 가서 직접 맞추게 됐다.

원래 CPU 빼고 나머지 부품들만 인터넷으로 조립 주문을 한 다음에 CPU만 내가 직접 조립할까 생각했다가, 오랜만에 용산 전자상가 구경도 할 겸 나들이 차원에서 직접 CPU를 들고 가서 75만원(CPU를 제외한 나머지 부품 가격)에 맞춰왔다.

이번 기회에 컴퓨터 부품에 대한 정보들을 찾아보면서 공부도 좀 하게 되었는데, 이런저런 정보글이나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 다들 중구난방이고, 어떤 건 또 불필요하게 깊이 들어가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볼 수준의 정보는 아닌 거 같더라.

그래서 철저히 내 경험을 기준으로 어떻게 견적을 짜서 PC를 구매했는지, 이 때 각 부품이 하는 역할을 최대한 쉽게 덧붙이고, 그래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조립 PC를 어디서 어떻게 구매하는 게 좋을지 남기기로 했다. (애초에 부품이 정해진 조립 PC 완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본 포스팅의 고려 대상이 아니니 언급하지 않는다.)

1. PC 사용 목적과 예산

PC 견적을 맞추려면 사실 가장 중요한 게 PC 사용 목적일 거다. 난 재택 근무도 늘어나고 최신 PC 게임도 즐기게 되어서 어느정도 수준의 사양을 원했다. 게다가 CPU가 i9인데 다른 부품도 수준을 맞춰줘야 하니까.

사실 고사양 게임을 즐기려면 그래픽카드에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하는 게 맞긴 한데, 난 하드코어 게이머가 아니기도 하고, 144hz 이상의 주사율 높은 모니터를 쓰지도 않아서 적당히 적당히 쓸 수 있을 정도로, 용 작업과 간단한 데이터 분석을 수행하는 데 무리가 없으면서, 향후 5년 간 나오는 최신 게임을 (그래픽 옵션 적당히 타협하면서) 플레이 할 수 있을 정도로 예상하고 견적을 짰다.

CPU가 있었기 때문에 나머지 부품들은 70만원 미만으로 예산을 잡았다.

2. CPU

CPU는 보통 코어와 쓰레드의 개수, 오버클럭을 지원하는지, 그리고 캐시 메모리는 어느정도인지 사양을 확인하면 성능을 가늠할 수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이런 거다.

  • 코어(Cores) : 내가 부려먹을 일꾼의 숫자
  • 쓰레드(Threads) : 일꾼들의 손 개수
  • 오버클럭(Overclock) : 일꾼이 힘들더라도 더 무리해서 일을 시킬 수 있는지
  • 캐시 메모리(Cache Memory) : 일꾼이 짊어지는 백팩 용량

인텔 CPU의 경우에는 제품명만으로도 어느정도 성능을 예측할 수가 있다. 예를 들면, 제품명 앞에 i3, i5 이런 식으로 숫자가 붙는데 그냥 i3는 일꾼 약 3마리, i5는 일꾼 약 5마리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편하다.

CPU비유

실제로 i3, i5 이런 숫자보다는 CPU 코어 개수가 실제 일꾼의 수와 같다고 보는 게 맞다. 어느정도는 비례하니까 설명을 위해 일단 넘어가자.

그래서 i7-10900k 이라면 10년도생의 젊고 팔팔한 일꾼이 7마리가 있는데 각자 손이 900개씩 있는 거다. 게다가 (끝에 k라고 붙어 있으면 오버클럭을 지원하는 제품이라서) 좀 무리해서 시키더라도 그거까지 꾸역꾸역 해낸다. 그래서 일을 빨리빨리 잘 한다. 만약 i3-3300이라면 93년도생(늙은) 일꾼이 3마리 있는데, 각자 손이 300개씩 있는 거다. 당연히 훨씬 느릴 거다.

내 CPU는 애초에 i9-9900 (non-k) 제품으로 정해져있었다. (사람들은 i9-9900k 제품을 더 많이 찾는 것 같긴 하던데, 내가 굳이 오버클럭을 쓸 이유가 없어서 딱히 불만은 없다. 사실 i9 자체가 나에게 좀 과분하기도 하고.)

아무튼 CPU는 게임할 거면 i7, 일 할 때 적당히 쓸 거면 i5, 간단한 웹서핑이나 유튜브 보는 게 전부라면 i3 선에서 고르면 되지 않을까싶다. (그리고 꼭 인텔 제품이 아니어도 된다. 요즘엔 AMD 제품들이 가성비 좋게 잘 나와서 AMD 찾는 사람들도 많다.)

CPU 쿨러

모든 CPU에는 쿨러를 달게 되어있다. 발열이 심하니까 어떤 식으로든 식혀줘야 한다. 그리고 이 쿨러의 세계도 끝이 없다. 공랭식이니 수냉식이니 하면서, 팬을 돌리지 않고 물을 통해 열을 식히는 방식도 있으니까.

인텔 CPU 제품에는 기본 쿨러가 포함되어 있긴 한데, “인텔 CPU 기본 쿨러(일명 초코파이 쿨러)는 성능이 정말 안 좋다”는 평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인텔에서 그렇게 허투로 만들까?’ 하는 생각이긴 한데, 어쨌든 고사양 PC는 사제 쿨러를 따로 설치하는 게 일반적인 선택이긴 한 것 같더라.

난 오버클럭도 안 돌릴 거라 별 걱정은 안 했지만, 그래도 기왕 새로 맞추는 김에 쿨러도 저렴한 걸로 골라봤다. 유튜브에서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결국 고른 건 가성비 좋은 국민 쿨러라고 불리는 GAMMAXX 400 V2 였는데, 막상 용산 가니까 제품이 없더라. 어차피 저렴한 가격대에서는 별 차이가 없으니 비슷한 수준에서 JONSOB CR-1000 (구매시 가격 26,500원)으로 골랐다.

3. 그래픽카드(GPU)

사실 그래픽카드(GPU)는 게임 목적으로 (아니면 디자인, 영상 등 특수 작업용으로) 고르는 게 맞다.

왜냐하면 (CPU가 복잡하고 어려운 계산을 잘하는 반면) GPU는 단순한 연산을 병렬적으로 빠르게 처리하기 때문에 우리가 보는 화면에 픽셀 단위로 점을 찍어주는 작업만 잘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 영상을 보면 직관적으로 이해가 갈 거다.

물론 이러한 GPU의 강점 때문에 비트코인을 채굴하거나 머신러닝/딥러닝 분야에서 연산을 하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긴 한다.

아무튼 난 5년 간 최신 게임을 돌리는 걸 목표로 했기 때문에 적당히 괜찮은 그래픽 카드를 찾고 있었다. 이것저것 유튜브로 알아보긴 했는데, 나무위키 가성비 좋은 GPU 문서가 정리를 잘 해놓아서 그나마 도움이 됐다.

결국 GTX 1660 SUPER (구매시 가격 333,760원)으로 골랐다.

그래픽카드 제조사는 이엠텍, 갤럭시, 조텍 등 다양하게 있는데, A/S 잘 해주는 걸로 평이 좋고 그나마 조금이라도 저렴한 이엠택 제품으로 골랐다.

어차피 다들 엔비디아(nvidia)를 레퍼런스로 삼는 OEM 제품이기 때문에 그게 그거다.

사실 게이밍을 위해 그래픽카드에 제대로 돈을 쓰려면 끝도 없다. 최근에는 RTX 3080 같은 최신 그래픽카드 라인업도 출시됐으나, 이런 거 자꾸 들여다보면 타협점이 없어진다.

4. 메모리

메모리는 램(RAM)이라고 불리우는 것. 당연히 클수록 좋은 거다. 위 CPU 설명할 때 했던 일꾼의 비유를 이어가자면, 일꾼이 사용하는 리어카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리어카가 크면 거기에 잘 담아놨다가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양도 늘어나는 셈이라 전반적인 작업 효율이 좋아진다. PC로 이것저것 많이 켜놓고 동시 다발적으로 작업할 때 작업관리자 켜서 메모리 사용량 확인하면, 내가 어느정도로 사용량이 필요한지 얼추 가늠이 된다.

난 원래 32GB로 맞추려고 하다가, 결국 16GB에서 타협을 봤다. 나중에 필요하면 그때 가서 추가하면 되니까. 아, 그리고 램은 16GB짜리 하나보다 8GB짜리 두 개를 쓰는 게 성능 면에서 효율적이다. 요즘 나오는 메인보드들은 대부분 듀얼채널을 지원하기 때문에 애초에 리어카를 끌고 다닐 차선이 두 개라고 생각하면 된다. 싱글은 차선이 두 개인데 하나만 쓰는 셈. (실제로 고사양 게임들은 듀얼채널vs싱글채널 구성을 비교했을 때 체감상 10~30% 정도의 프레임 차이가 난다고 한다.)

그리고 램은 예전에는 DDR3(2003년 출시)를 썼는데, 이젠 무조건 DDR4(2014년 출시)다. 게다가 이제는 차세대 메모리인 DDR5까지 상용화 예정이라 사실상 몇년 지나면 5가 표준으로 자리 잡긴 할 거다.

램도 제조사가 다양한데, 난 그냥 가장리 쓰이는 삼성전자 DDR4-2666 8GB (구매시 가격 44,160원)으로 2개 샀다.

이번에 중고 램 판매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삼성이 아닌 나머지 브랜드들은 중고 가격이 절반 수준이더라. 이것저것 고민하기 싫으면 그냥 삼성 거 사면 된다. 그리고 램은 컴퓨터에서 교체하기 가장 손 쉽게 교체할 수 있는 부품이기 때문에 언제든 중고로 되팔 것을 염두에 두자.

5. SSD

SSD는 흔히 컴퓨터의 “용량”이라고 표현하는 기억장치다.

예전에는 하드디스크, 즉 HDD를 사용했으나 HDD는 SSD에 비해 속도도 한참 느린 데다가 (이건 컴퓨터 부팅 속도만 봐도 체감이 확 된다.) 더 크고 무거우며, 소음까지 있기 때문에 거의 사용하지 않는 추세다.

게다가 SSD가 처음 나왔을 땐 가격이 좀 비쌌지만, 이제는 가격이 상당히 내려가서 SSD가 필수라고 보는 게 맞다.

SSD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는데, SATA 또는 NVMe 방식이다. (너무 깊이 들어가면 나도 모르니, 결론만 얘기하면) NVMe가 더 빠른 대신 조금 더 비싸다.

나는 큰 가격 차이가 없길래 역시 가장 안전한 선택인 삼성전자 970 EVO M.2 NVMe 500GB (구매시 가격 118,650원) 제품을 선택했다.

사실 1TB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나중에 용량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추가하겠다고 마음 먹고 일단 500GB로 샀다.

그리고 후회 중이다. 고사양 게임 2~3개 설치하면 500GB 순식간에 잡아먹는다. 무조건 1TB를 샀어야 했다.

6. 메인보드

메인보드도 컴퓨터를 맞출 때 굉장히 중요하다. 미리 골라놓은 각 부품(CPU, RAM, SSD, GPU 등)이 한 곳에 모여 잘 호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렵게 설명하면 폼팩터니 소켓이니 슬롯이니 전원부니 하면서 복잡해지는데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 그냥 호환되는지 확인만 하면 된다. 조립 업체에 직접 문의를 해도 되고 제조사 홈페이지를 직접 확인하거나 다나와 사이트에서 호환성 검사를 할 수도 있다. 너무 고민하지 말고 쉽게 가자. 그리고 어차피 메인보드를 만드는 유명 제조사들은 거의 정해져 있다. 메이저 제조사 ASUS, GIGABYTE, MSI, ASRock 중에서 선택하면 속 편하다.

난 CPU나 RAM 오버클럭 지원이 필요 없기 때문에 중저가형 메인보드 중에서 MSI에서 나온, “박격포“로 불리는 MSI B360M MORTAR (구매시 가격 100,000원) 모델로 골랐다.

이 모델을 고른 이유는 일단 SSD M.2 슬롯이 2개 있어서 만약 지금의 500GB 용량이 부족하면 추가로 1개 더 장착할 수도 있는 데다가, RAM 슬롯도 4개라서 지금 8GB짜리 2개 쓰고 있다가 필요하면 8GB 2개 더 추가로 달아서 32GB로 업그레이드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원부가 안정적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고.

7. 파워 서플라이

PC 부품 중에 가장 중요한 게 파워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각 장치에 들어가는 피를 공급하는 “심장”과 같은 역할이라. (그렇다면 메인보드는 피가 흐르는 “혈관” 정도 되겠다. 아무튼.)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일반 가정용 PC를 고르는 데 파워가 크게 중요하다는 생각까진 하지 않는다. 내가 파워 때문에 컴퓨터가 망가지는 경험한 적이 없어서 그런 걸 수도 있고. 어쨌든 ”80 Plus 인증”이라는 제도도 있어서 웬만한 제품이 다 이 인증을 받고 나오기도 하고, 요즘엔 소비자들이 테스트나 리뷰도 워낙 디테일하게 하기 때문에 가정용 조립 PC를 구매하는 입장에서는 적당한 브랜드에서 골라주면 된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건 내 PC가 소비하는 전력량, 즉 와트(W)다. 각 부품들이 얼마나 전기를 소모하는지 확인해보면 좋은데 일반적으로는 그래픽카드가 가장 전력을 많이 먹고, CPU, 메인보드, SDD 순이다. 각 제품 스펙에서 전력 소비량을 확인해서 더해보면 되고, 귀찮으면 조립 업체에 문의하자. 보통 500W~600W 정도면 충분하다.

고급 제조사로 커세어(Corsair), 시소닉(Seasonic), 안텍(Antec) 등이 있고, 그나마 가정용으로 쓸만한 중저가/보급형으로 유명한 제조사는 FSP, Micronics(마이크로닉스)가 제일 잘 팔리는 것 같더라.

유튜브 뒤적거리다보니 가성비 좋고 안정적인 파워로 FSP HYPER K 600W를 많이 추천하긴 했는데, 막상 구매하러 용산 갔을 때 조립 업체에서 마이크로닉스 Classic 2 600W(구매시 가격 56,720원)를 추천하길래 이걸로 골랐다. 사실상 가격이나 성능 모두 거의 차이 없다고 봐도 되는 수준이라.

8. 케이스

개인적으로 제일 고르기 어려웠다. 나에게 컴퓨터 케이스란 그저 팬 많이 달려서 발열 관리만 잘 되면 그만이기 때문에 굳이 비싼 걸 쓸 이유가 없는 건데, 요즘 나오는 저가형 케이스들에는 다 휘황찬란한 LED가 박혀 나오더라.

저가형 중에 LED 없는 거 고르느라 이것저것 열심히 찾아봤는데 결국 포기했고, 그나마 팬 6개짜리 저렴한 걸로 선택지를 좁힌 게 마이크로닉스 Master M60 메쉬, 3RSYS K400, 앱코 NCORE 식스팬 풀 아크릴 LUNAR 이렇게 3개였다. 가격은 셋 다 3만원 초반.

원래 3RSYS 제품으로 할까 하다가 이건 강화유리 때문에 쓸 데 없이 무거울 거 같아서 그나마 LED가 가장 은은한 마이크로닉스 Master M60 메쉬(구매시 가격 32,100원)로 골랐다.

이렇게 견적을 짜니 CPU를 제외한 총 금액 756,050원이 나왔다.

  • CPU
  • CPU 쿨러 : 26,500원
  • 그래픽카드 : 333,760원
  • 메모리 : 44,160원 * 2개
  • SSD : 118,650원
  • 메인보드 : 100,000원
  • 파워 서플라이 : 56,720원
  • 케이스 : 32,100원

이제 이걸 어디에서 주문해서 조립할지가 문제다.

9. 조립 PC 어디서, 어떻게 사야 할까

일단 조립을 누가 할지 결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1) 직접 조립 vs 조립 대행

본인이 직접 조립할 수 있다면 애초에 문제가 안 된다. 각 부품들을 최저가에 구할 수 있는 루트를 통해 주문한 후 혼자 조립하면 끝이다. 이게 제일 저렴하게 조립 PC를 맞추는 방법이다.

오픈 마켓이나 해외 직구로 부품만 사는 게 무조건 싸기 때문이다. 이걸 흔히 드래곤볼 모은다고 표현하더라. (흔히 다나와 얘기를 하는데 샵 다나와 최저가에 대해서는 이후에 별도 설명을 하겠다.)

요즘엔 유튜브에 “컴퓨터 조립하는 법” 검색하면 정말 쉽게 설명도 잘 해주지만, 애초에 메인보드 모델이나 다른 기타 부품들의 결합 방식이 다양한 데다가 수많은 파워 케이블 연결 및 복잡한 선 정리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애초에 하드웨어에 대한 지식이 빠삭한 사람이 아닌 이상,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혼자 조립하는 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혼자 하다가 고장나면 그때 수리업체 찾아가는 고생을 하느니 그냥 업체에 조립을 맡기는 게 속 편하다.

그렇게 업체 조립 대행을 알아보는 거라면 이제는 방법이 크게 둘로 나뉜다.

  1. 부품은 본인이 알아서 직구하고, 그것들을 업체에 갖다 줘서 조립만 맡긴다.
  2. 부품도 업체를 통해 구매하고, 조립도 그 업체를 통해 진행한다.

첫번째 방법은 귀찮다. 결국 대다수의 사람들은 2번 방법을 택한다. 이때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 이것만 결정하면 된다.

(2) 온라인 주문 vs 오프라인 매장 방문

온라인 주문

온라인 주문은 사이트에서 직접 부품들을 고르고 조립비(보통 약 5만원)를 포함해 주문하는 방식이다. 그러면 알아서 싹 세팅된 완제품 PC를 집에서 바로 받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가장 유명한 다나와는 각 부품을 선택해서 담아놓고 ”쇼핑몰별 견적비교”라는 걸 통해 업체별 견적가를 비교해서 그 중 맘에 드는 업체를 고른 후, 조립비 추가해서 주문하는 방식이다. 아니면 컴퓨존처럼 아예 큰 조립 PC 판매 사이트에서 마찬가지 방식으로 주문해도 된다. 어차피 가격에는 큰 차이 없다.

이런 온라인 주문 방식은 쉽고 편리한 게 장점이다. 그러나 가격이 아주 조금 더 비싸다.

부품 가격을 직접 검색해보자. 오픈마켓에 올라온 최저가와 샵 다나와 가격에는 차이가 있다. 샵 다나와가 좀 더 비싸다. 샵 다나와에서 나오는 가격은 복잡한 국내 PC 부품 유통시장의 구조 때문에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표현이지만, 한 때 “용팔이”라고 불렸던) 업체들끼리의 담합을 통해 형성된 가격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때문에 기왕 정보가 다 공개된 시대에 다들 다나와에서 검색하니까 애초에 업체들이 먹을 수 있는 어느정도의 마진이 확보된 가격으로 고정하고 시장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적당히 조절하는 거다. 그래서 가격도 꽤나 오락가락한다.

사실 인터넷 최저가와 가격 차이가 아주 크지는 않아서 소비자들이 이 정도는 감수하고 구매하는 거다. 만약 이 가격 차이가 많이 나면 소비자들이 조립 PC 부품 판매 업체를 찾을 이유가 없을 거다. 부품만 직구해서 말 그대로 조립만 대행만 하는 게 훨씬 이득이니까. 아니면 직접 조립까지 해버리든가. 아무튼.

오프라인 매장 방문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용산 전자상가의 전성시대였다.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가 아니었기에 동대문 시장처럼 업체에서 부르는 게 곧 가격이었고 얼마나 빠삭하게 잘 알고 왔는지 뽐내주거나 네고를 잘 해야 합리적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 누가 굳이 전자기기를 오프라인에서 그렇게 수고스럽게 사겠는가. 이제 용산 전자상가 업체들도 옛날처럼 호구 덤탱이 씌우던 식의 장사가 어려워졌기에 이제는 샵 다나와 최저가 기준으로 부품 가격을 싹 맞춰주고 거기에 조립비 추가해서 받는 식으로 장사를 한다. 온라인 주문과 동일한 가격대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이번엔 나도 용산에 가서 맞췄다. (조립 PC 맞출 거면 웬만하면 용산 선인상가 21동부터 가보면 된다.)

선인상가

용산 방문의 장점은 네고가 가능하다는 것.

나는 매장을 둘러보다가 결국 애니텍이라는 곳에서 조립비 없이(!) 부품들만 샵 다나와 최저가로 맞춰서 조립까지 해왔다. 사실 방문하기 전에 어떤 부품으로 구성할지 미리 다 골라놓긴 했는데, 상황 봐서 재고가 없거나 다른 부품으로 추천해주시면 어느정도 유연하게 결정할 생각이긴 했다. 마침 CPU 쿨러만 재고가 없어서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제품으로 대체했고, 나머지는 내가 짠 그대로 조립했다. (만약 꼭 해당 부품들로만 조립 PC를 맞춰야 한다면 매장 방문 전에 미리 전화해서 부품 재고 있는지 확인하고 준비해달라고 하는 게 좋다.)

그리고 용산 전자상가 방문의 또 다른 장점이 있다. 이전에 사용하던 PC의 중고 부품들을 팔아버릴 수 있다는 것!

선인상가 21동 입구에 가면 노점을 깔고 부품 판매하시는 분들이 있다. 아니면 상가 내부에도 중고 부품 매입 하시는 분들이 있다. 본인이 쓰고 있던 컴퓨터를 분해해서 꼭 판매해버리자. 분해는 조립보다 쉬워서 누구나 할 수 있다. CPU, 그래픽카드, 메인보드, 메모리 정도는 팔면 몇 만원 이상 남길 수 있다.

중고가는 사실상 거의 정해져있다. 중고나라 같은 곳에 부품 매입하는 글 검색해봐도 모델별로 가격 싹 나와 있고. 매입하시는 분들끼리 모델별로 중고가 시세 정리된 사이트 보고 그 가격 그대로 매입을 하기 때문에 그냥 시원하게 팔아버리면 된다. 물론 직접 중고나라나 당근마켓으로 팔아도 되긴 하는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니까 그냥 용산 방문할 거면 한 방에 처리하는 걸 추천. 나도 원래 쓰던 CPU i3 4세대, 그래픽카드 GTX 750 Ti 들고 가서 약 7만원어치 팔아왔다. 현금으로 바로 주시더라. RAM이랑 메인보드는 너무 구려서 값을 제대로 못 받긴 했는데. 아무튼.

10. 결론

조립 PC 살 때 (부품 구성이 짜여진 완제품 사는 거 말고 직접 부품 골라서 맞출 때) 잘 모르겠으면 이 정도 가이드를 따르면 될 것 같다.

  1. 직접 조립할 거면 오픈마켓이나 해외 직구로 직접 부품을 구매하자. 다나와, 컴퓨존 같은 곳에서 맞추는 것보다 이게 싸게 먹힌다.
  2. 조립 대행 할 거면
    • 귀찮으면 온라인 주문하자. 어차피 최저가는 샵 다나와 기준으로 거의 비슷하고, 조립비 5만원 정도 추가 예상.
    • 용산 가서 맞추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차피 샵 다나와 가격 이상으로 받는 업체는 없다. 조립비 네고가 가능하고, 쓰던 PC 분해해서 부품 가져가면 그날 팔아버리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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