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TH STRANDING》 — 혼자 걷는 사람들이 연결되는 방식
택배를 나르며 세계를 잇는다는 것
《DEATH STRANDING》을 한 줄로 요약하면 “망해버린 미국에서 택배를 배달하는 게임”이다. 생사의 경계가 무너져 초자연적인 현상들이 벌어지고, 그 여파로 국가 자체가 붕괴된 세계. 사람들은 각자 안전한 곳에 숨어 살고, 주인공 샘은 그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배달하고 정보망을 다시 연결하면서 미국을 재건해 나간다. 플레이의 대부분은 화물을 등에 잔뜩 짊어지고 산이나 강 같은 험한 지형을 홀로 걷는 일이다. 쓸쓸하고 고독한 노동.
그런데 이 게임을 엔딩까지 다 하고 나면 “연결”이라는 단어가 계속 기억에 남는다. 코지마 히데오가 게임에서 워낙 대놓고 강조하는 단어이기도 하고. 그래서 연결에 대한 상징, 그리고 이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개인적인 해석을 남겨본다.
시스템이 곧 메시지다
이 게임은 비동기 멀티플레이라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 혼자 플레이하는 외로운 게임이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이 설치해놓은 구조물이나 버려놓은 장비를 내가 활용할 수 있다. 정말 통과하기 어려운 곳에는 꼭 누군가가 놓아둔 사다리와 로프가 있고, 위험한 곳에는 경고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나는 그들의 흔적에 “좋아요”를 남기고, 나 역시 누군가를 위해 그런 흔적을 남기게 된다.
이건 단순한 편의 기능이 아니라 게임의 주제를 시스템 그 자체로 구현해놓은 장치라고 봐야 한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본 적이 없고 같은 시간에 존재하지도 않지만, 서로가 남긴 흔적 덕분에 이 험한 세계를 건넌다. 혼자 걷고 있지만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연결”이라는 주제를 대사로 설명하는 대신 플레이어가 몸으로 겪게 만드는 방식이다.
생명과 죽음의 연결
BB는 죽어서 떠다니는 귀신들(BT)을 볼 수 있도록 실험적으로 제작된 아기다. 죽음의 기운을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에 주인공 샘도 BB를 일종의 도구로 여기고 데리고 다닌다.
아이러니한 건 생명을 상징하는, 탯줄조차 떼지 않은 갓난아기만이 죽음의 세계를 볼 수 있다는 것. 생명과 죽음이 곧 연결되어 있다는 상징이 아닐까. 태어날랑말랑 한 존재이기에, 죽어서 제대로 저승에 가지 못한 망자들의 세계와 닿아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삶의 시작점에 선 존재와 삶의 끝에 매달린 존재들이 서로를 알아본다는 설정은, 생과 사가 단절된 두 세계가 아니라 하나의 연속선이라는 이 게임의 세계관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죽음을 앞두고 이 세계를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의 연결
주인공 샘은 어렸을 때 꿨던 꿈에서 드림캐처를 다루는 장면을 기억해내는데, 이 드림캐처는 점들이 연결된 세계에 대한 상징이라 볼 수 있다. 주인공은 사람들을 만나 화물을 배달하고 정보망을 개통하면서 연결의 의미를 서서히 깨닫게 된다.
물론 그 과정은 정말 순탄치 않다. 그건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일 거다. 샘이 플레이 도중 사망하면 다시 현세로 돌아와 되살아나면서 구토를 하는데, 나는 이게 존재론적 고민으로 인한 증상처럼 읽혔다. 사르트르의 소설 〈구토〉가 떠오르는 게 나뿐은 아니겠지. 사르트르의 주인공이 존재의 우연함과 무의미함을 마주할 때마다 구역질을 느꼈듯, 샘의 구토도 죽음과 삶의 경계를 반복해서 넘나드는 자가 겪는 일종의 존재론적 멀미인 셈이다.
어쨌든 샘은 해냈고, 다른 사람이 자기 몸을 만지는 것에 대한 접촉공포증까지 싹 낫게 된다. 역시 스킨십만한 연결이 없지.
엔딩, 그리고 음악
이 게임의 엔딩은 좀 독특한 구성을 취한다. 주인공 샘이 홀로 남겨진 바닷가에서 미친 듯이 뛰어다녀야 끝이 난다. 뛰어다니다 지쳐 잠깐 앉아 휴식을 취할 때, 그동안 스토리 곳곳에 뿌려놨던 이런저런 떡밥들을 회수하며 부족했던 설명들을 채워 이야기가 완성된다.
엔딩 장면의 색감을 거의 흑백으로 처리했던데, 난 이게 마치 영화 〈400번의 구타〉의 마지막 장면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감동을 받을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이 게임의 OST, 배경음악이다. 길을 걷다 보면 흘러나오는 그 음악이 왜 그렇게 뭉클하던지. 헤드셋을 끼고 플레이하는 걸 추천하고 싶다.
인생은 외롭지만 꾸역꾸역 혼자 걷는 것. 그리고 그 길에서 사람들을 만나 연결되면서 언젠가 반드시 끝나버릴 이 삶의 의미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