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er Wilds – Echoes of the Eye》 — 두려움은 어떻게 문명을 멈춰 세우는가
태양을 가린 그림자
《Echoes of the Eye》는 내 인생 게임 《Outer Wilds》의 DLC다. 이야기는 위성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다. 태양계를 관측하던 위성이 찍은 사진에 태양 일부를 가리는 정체불명의 그림자가 찍혀 있고, 그 그림자를 추적해가면 은폐장에 싸인 거대한 인공 행성 “스트레인저”를 발견하게 된다. 이곳에는 노마이보다도 먼저, 우주의 눈이 보내는 신호를 따라 우리 태양계로 건너온 외계 종족이 살았다. 이 행성을 탐험하며 그들의 역사를 추적하는 것이 DLC의 내용이다.
(이하 본편과 DLC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다.)
같은 진실, 두 개의 응답
본편의 노마이족은 기본적으로 밝은 인상을 준다. 그들이 남긴 기록을 읽어보면 끊임없이 농담과 사랑을 나누며, 그럼에도 우주의 눈을 찾겠다는 연구를 포기하지 않는 열정과 따뜻함이 느껴진다. 그들은 끝내 우주의 눈에 도달하지 못하고 멸망했지만, 마지막 기록까지도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반면 이번 DLC에서 만나는 종족은 정반대다. 사슴의 뿔과 부엉이의 얼굴을 가진 이들은 우주의 눈의 신호를 따라 자기 행성의 자원을 착취해가며 거대한 이주 행성을 만들어 이 태양계까지 건너왔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서 우주의 눈을 관측한 뒤, 그들은 돌변한다. 우주의 눈의 실체 — 그것이 구원이 아니라 종말과 맞닿아 있다는 예감 — 를 확인하자 사원을 불태우고, 신호를 봉인하고, 새로운 모험을 포기한 채 원래 살던 고향 행성을 재현한 가상 세계를 만들어 그 안에 틀어박혀 버린 거다.
같은 진실 앞에서 한 종족은 경이를 느꼈고, 한 종족은 공포를 느꼈다. 노마이는 답을 찾지 못한 채로도 계속 물었고, 이들은 답을 보고 나서 질문 자체를 봉인했다. 이 대비가 이 DLC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노스탤지어라는 이름의 감옥
이들이 만든 가상 세계는 자신들의 고향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이다. 즉 이들은 미래가 두려워지자 과거로 도망친 셈이다. 육체는 어두운 행성 안에서 잠든 채, 의식만 아름다웠던 옛 시절의 복제품 속에서 영원히 살아가는 것.
이 설정이 무서운 건 그게 남 얘기 같지 않기 때문이다.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을 마주했을 때 기억을 박제하고 그 안에 숨고 싶다는 유혹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이 게임은 그 선택의 대가를 보여준다. 가상 세계 속 그들의 주거지는 고향의 모습을 하고 있음에도 어둡고, 조용하고, 생기가 없다. 두려움을 피해 만든 낙원은 결국 두려움의 모양을 하게 된다는 것.
이 DLC가 빛과 어둠을 퍼즐과 공포의 재료로 쓰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어둠은 미지에 대한 공포 그 자체이고, 손에 쥔 랜턴의 빛은 우리가 매달리는 작은 위안이다. 그리고 재밌는 건, 이 게임이 공포를 정면으로 마주치지 않고도 우회할 수 있는 길과 힌트를 곳곳에 마련해뒀다는 점이다. 두려움을 다루는 방법 자체가 레벨 디자인이 된 셈인데, 정면 돌파만이 용기가 아니라는 걸 게임 시스템이 말해주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그럼에도 손을 내미는 엔딩
DLC의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가면, 이 겁먹은 종족에게도 진실을 봉인하는 데 반대했던 이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DLC 엔딩을 본 후 본편 엔딩을 한 번 더 보면, 마지막 모닥불 합주에 새로운 밴드 멤버가 추가된 걸 확인할 수 있다. 이 녀석 또한 자기 악기를 가지고 와서 원곡에 화음을 넣어준다.
두려움 때문에 스스로를 가뒀던 존재까지 끝내 모닥불 앞으로 불러 앉히는 것. 이 게임의 우주는 끝까지 다정하다.
내가 생각하는 이 게임의 핵심 메시지는 여전히 이런 거다.
우리는 우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 그렇다고 너무 겁부터 먹진 말자. 일단 모닥불 앞에 마시멜로를 하나 구워먹는 거야. 그리고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악기를 하나씩 들고 모여 앉아 합주를 시작해보자.
아무튼 너무나 아름다운, 내 인생 최고의 게임. 요즘 심심할 때마다 아우터와일즈 reddit 게시판 보는 낙으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