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리뷰 《DEATH STRANDING》
데스 스트랜딩(Death Stranding)은 작년 게임 업계에서 가장 큰 화제 중 하나였다. 2019년 최다 GOTY(Game of the Year) 수상작으로 꼽힐 만큼 좋은 평가를 받은 게임.
이 게임이 더 유명했던 이유는 게임 제작자 코지마 히데오의 야심작이기 때문이다. 이 사람은 메탈기어 시리즈로 이미 게임계에서는 한 획을 그었던 사람인데 이번에 상당히 많은 공을 들여 만든 게임이 바로 데스 스트랜딩이다.
그리고 이 게임은 캐스팅도 화려하다. 실제 유명 배우들이 게임의 주인공을 연기했다. 〈워킹데드〉에서 데릴 역을 맡았던 Norman Reedus부터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Léa Seydoux, 〈더 헌트〉와 〈한니발〉로 유명한 미중년 Mads Mikkelsen까지. 내가 알고 있는 익숙한 얼굴들이어서 그런지 플레이하면서 몰입이 정말 잘 됐다.
어쨌든 긴 시간에 걸쳐 플레이를 해서 엔딩까지 봤는데, 아직도 여운이 남아 있다. 훌륭한 게임을 했으니 리뷰를 남겨야겠지.
게임 배경 및 목표
이 게임의 배경이나 세계관은 좀 독특하고 어렵다. 일단 망해버린 미국이 배경인데, 망한 이유가 생사의 경계가 무너져 기이한 현상들이 계속 벌어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사람이 죽었을 때 시체를 불 태우지 않으면 귀신들이 꼬인다. 그리고 그 귀신들이 또 산 자들을 잡아먹고…? 아무튼 초자연적인 현상 때문에 미국 국가 자체가 붕괴되고, 사람들은 안전한 곳에 각자 숨어 살고 있는 그런 상황이다.
이 와중에 미국의 정보망을 다시 연결하고 필요한 물품들을 배달하면서 미국을 재건하고 세계를 구하기 위해 주인공 샘이 택배를 배달하는 게임이다. (사실 뒤에 엄청 복잡한 사정들이 있는데 이건 직접 플레이 해봐야 감이 올 테니 일단 생략.)
플레이 방식
택배 배달이라는 쓸쓸하고 고독한 작업을 계속 해야 한다. 플레이의 대부분은 화물을 등에 잔뜩 짊어지고 산이나 강 같은 험한 지형을 다니는 거다. 때로는 사다리를 놓고 오르내리거나 앵커를 설치해 줄을 타고 암벽을 내려가기도 해야 한다. 물론 바이크나 트럭, 집라인 같은 걸 탈 것들도 있다. 탈 것을 활용하면 짐도 많이 실을 수 있고, 이동속도도 빠르긴 한데… 그래도 결국 뛰어댕기는 시간이 제일 많더라. 아무튼.
이렇게 택배를 배달하거나 사람들을 연결해 미국 재건에 동참시키는 과정에서 귀신을 만나거나 화물을 약탈하려는 도적들을 만나기도 해서 전투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택배 배달 게임이 맞다.
다만 특이한 점은 비동기 멀티플레이 게임이라는 점. 뭔 말이냐면… 기본적으로 혼자 플레이하는 외로운 게임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플레이하면서 설치해놓은 각종 구조물이나 버려놓은 장비, 탈 것들을 내가 활용할 수 있다는 거다. 이게 참 기분이 묘한 게 정말 통과하기 어려운 곳에는 꼭 누군가가 설치해놓은 구조물이 있다. 아니면 타다 버리고 간 바이크나 트럭. 그리고 위험한 곳에는 표지판 같은 게 설치되어 있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사용하면서 감사의 표시로 “좋아요”를 누를 수도 있고, 반대로 내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 그런 작품을 남겨줄 수도 있다.
게임은 혼자 하고 있지만 다른 플레이어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신기한 구조다. 이게 바로 이 게임의 매력.
그리고 공략이랄 것은 딱히 없다. 그냥 주인공 샘에게 배정된 메인 퀘스트(배달 임무) 위주로 진행하다 보면 어느새 이런저런 더 좋은 장비나 무기를 얻게 되고, 스토리 진행하면서 쭉쭉 따라가면 된다. 에피소드 형식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에피소드는 총 14개까지 있었던 것 같다.
해석 및 후기
이 게임은 플레이 하면서 생각할 거리를 정말 많이 던져줬다. 일단 기본적으로 세계관이 난해하기도 하고 대사, 컷 씬이 많은데 주로 아리송한 떡밥만 계속 던지기 때문에 그 끈을 놓치지 않고 잘 따라 가야 한다. 이 점은 오히려 이 게임의 단점으로도 꼽힐 수도 있을 것 같다. 구구절절한 컷 씬에 대한 호불호가 있을 수 있기 때문.
어쨌든 나는 다 플레이하고 나니 이 게임을 관통하는 “연결”이라는 단어가 기억에 계속 남았다. 뭐 게임에서 워낙 대놓고 강조하기도 했고. 그래서 연결에 대한 상징이나 이 게임이 플레이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이런 게 아닐까 하고 개인적인 해석을 남겨본다.
1) 생명과 죽음의 연결
BB는 죽어서 떠다니는 귀신들(BT)을 볼 수 있도록 실험적으로 제작된 아기다. 데스 스트랜딩 설정에서는 BB가 죽음의 기운을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에 주인공 샘도 이 BB를 도구로 여기고 사용한다. 위험한 곳에 갈 때 이 BB를 데리고 다니면 특정 지역에서 귀신들(BT)와 가까워질 때마다 BB가 경고음을 내주기 때문이다.
아이러니 한 건 생명을 상징하는, 탯줄조차 떼지 않은 갓난 아기만이 죽음의 세계를 볼 수 있다는 것. 생명과 죽음이 곧 연결되어 있다는 상징이 아닐까. 사실 진짜 아기는 아니고, 태어날랑말랑 한 상태이긴 한데… 어쩌면 그래서 죽어서 제대로 저승에 가지 못한 망자들의 세계와 연결되어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2) 죽음을 앞두고 이 세계를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의 연결
주인공 샘은 어렸을 때 꿨던 꿈 중 드림캐쳐를 다루는 장면이 있었다는 걸 기억하게 되는데, 이 드림캐처는 점들이 연결된 세계에 대한 상징이라 볼 수 있다. 주인공은 게임 내에서 사람들을 만나 화물을 배달하고 정보망을 개통하면서 연결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물론 그 과정은 정말 순탄치 않았는데, 그건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 주인공 샘이 몇번이고 죽었다 다시 태어나면서 구토를 했던 것도 결국엔 존재론적 고민으로 인한 증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사르트르의 소설 〈구토〉가 떠오르는 게 나뿐은 아니겠지? 실제로 게임 내에서 주인공 샘이 플레이 도중 사망을 하면 다시 현 세계로 돌아와 되살아날 때 구토를 하는 설정이다.
어쨌든 샘은 해냈고, 다른 사람이 자기 몸을 만지는 것에 대한 접촉공포증(?)이 있었는데 그 병까지 싹 낫게 된다. 역시 스킨십만한 연결이 없지.
아, 그리고 게임의 엔딩 장면을 언급하고 싶다. 이 게임의 엔딩은 좀 독특한 구성을 취한다.
주인공 샘이 홀로 남겨진 바닷가에서 미친 듯이 뛰어다녀야 끝이 난다. 뛰어다니다가 지쳐서 잠깐 앉아서 휴식을 취할 때 그동안 스토리 곳곳에 뿌려놨던 이런저런 떡밥들을 회수하며 부족했던 설명들을 채워 이야기를 완성하는 방식. 대부분 컷 씬이다.
엔딩 장면에서 색감을 거의 흑백으로 처리했던데, 난 이게 마치 영화 〈400번의 구타〉의 마지막 장면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감동을 받을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이 게임의 OST, 배경음악이다. 길을 걷다보면 흘러나오는 그 음악이 왜 그렇게 뭉클하던지. 헤드셋을 끼고 플레이하는 걸 추천하고 싶다.
인생은 외롭지만 꾸역꾸역 혼자 걷는 것. 그리고 그 길에서 사람들을 만나 연결되면서 언젠가 반드시 끝나버릴 이 삶의 의미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