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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 《Red Dead Redemption 2》

요즘 스팀에서 GOTY(Game of the Year) 수상작 위주로 게임을 골라서 해보고 있다. 이번에 플레이한 게임은 2018년도에 두 번째로 GOTY 수상을 많이 받은 《Red Dead Redemption 2》(일명 레데리2)다.

레데리2는 GTA(Grand Theft Auto) 시리즈의 개발사로 유명한 락스타게임즈의 작품이다. GTA의 유명세에서 알 수 있듯 레데리2도 광활한 오픈월드를 여기저기 탐험하고,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자유롭게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게 이 게임의 장점.

퇴근하고 한 3주 정도 꾸준히 하다 보니 90시간 가까이 플레이 해서 결국 엔딩까지 봤다. 다 하고 나니 ‘역시 명작은 명작이구나~’ 싶다.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은 이 시점에 간략히 리뷰를 남겨봐야겠다.

게임 배경 및 목표

1899년, 미국의 서부시대가 배경이다. 무법시대라고 불릴 만큼 사회의 질서가 없었고, 그나마 보안관들이 무법자 갱단을 소탕하거나 현상금을 걸고 문제를 일으키는 인간들을 잡아넣어야 했던 그런 시대.

게임의 주인공 아서 모건(Arthur Morgan)은 더치 반 더 린드(Dutch Van Der Linde)라는 보스가 이끄는 갱단의 일원이다. 아서는 어렸을 때부터 이 갱단에서 자라서 자기 갱단을 가족처럼 여기는데, 이 갱단을 꾸려가며 일어나는 일들이 결국 이 게임의 주요 스토리다.

이 게임의 목표라는 건 딱히 없고, 그냥 갱단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하나씩 헤쳐가면 된다. 천천히 플레히 하다보면 “한 편의 서사시”라는 식상한 표현이 어울릴 만큼 감동이 있는 스토리가 진행된다.

플레이 방식

동물을 사냥해서 가죽을 가지고 공예를 하거나, 약초를 뜯어서 같이 요리를 해 먹거나 하면서 허기를 채우고, 가죽을 팔거나 현상금이 걸린 인물을 사냥해 현상금을 타서 돈을 벌기도 한다. 그러나 무법시대이니만큼 다른 사람의 주머니를 훔치거나 협박해서 상점, 은행, 마차, 열차 등을 터는 것도 가능하다.

맵에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는 퀘스트가 표시되기 때문에 그곳에서 해당 인물과 대화를 시작해 임무를 수행하는 게 기본 컨셉이지만, 그 외에 무궁무진한 랜덤 인카운터 요소들이 있다. 길을 가다가 누가 갑자기 총을 꺼내서 시비를 걸기도 하고, 누군가 뱀에 물려 살려달라고 외치기도 하고, 말을 타고 가다가 말이 죽어서 집까지 데려다 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난 집까지 데려다 주다가 내 말이 전복되어서 그 사람이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는데, 마을에서 누군가 보고 날 살인자로 오해해서 보안관이 쫓아온 적도 있다.) 어쨌든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흥미진진한 세상이다.

아무튼 정말 난장판인 시대에서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다. 전설의 동물을 사냥할 수도 있고, 도박을 할 수도 있고, 우연히 입수한 보물 지도를 가지고 보물을 찾아 나설 수도 있다. 미국 서부시대가 제공하는 무법의 환경 속에서 엄청난 자유도를 가지고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게 이 게임의 장점.

해석 및 후기

내가 레데리2를 사랑하게 된 몇 가지 포인트를 얘기하자면…

1. 인간의 도덕성, 양심, 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게임

처음엔 그냥 평범한 서부시대 배경의 유치한 총질 게임일 거라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이건 나의 오만이었다.

게임을 하면서 주인공 아서는 갱단의 행보, 특히 보스 반 더 린드가 강도질을 하는 것에 대해 계속 회의를 느끼게 된다. 우리 갱단은 죄가 없는 사람을 털거나 죽이지 않으며, 다 같이 먹고 살 거리를 찾아 살아 남는 게 목표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죄가 없는 마을 사람도 불가피하게 죽이게 되고, 정부나 미국 원주민 간의 싸움이라든가 이런 어려운 문제에 복잡하게 휘말린다.

보스 반 더 린드는 그때마다 자신에게 다 계획이 있다면서,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이번 임무만 마치면 큰 돈을 벌어서 타히티 같은 섬에서 자유롭게 우리끼리 먹고 살 수 있다고 사람들을 설득하려 한다. 난 이런 장면이 나올 때마다 〈브레이킹 배드〉의 주인공 월터 화이트가 생각났다. 월터 화이트도 자신의 모든 마약 사업이 다 가족을 위해 하는 일이라며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다짐하곤 했지.

레데리2에서도 아서의 갱단은 점점 복잡한 사건들에 개입하게 되면서 불가피하게 무고한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게 되고, 결국 애초에 보스 반 더 린드가 설정한 갱단의 기준이나 원칙, 도덕성의 기준이 무너진다. 주인공 아서는 이러한 작업에 참여하는 자신의 모습, 그리고 갱단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이런저런 만감이 교차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아서는〈브레이킹 배드〉의 제시 핑크맨과 유사한 면이 있다.

아무튼 스토리가 진행되다 보면 아서가 폐결핵에 걸려 결국 시한부 삶을 선고받게 되는데, 이때부터 본격적인 회개(?)가 시작된다. 죽을 때가 얼마 남지 않으니 지금까지 갱단이 했던 짓들이 다 무슨 의미인지 회의를 느끼고, 그동안 자신이 틈틈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을 도와주고, 그들이 가족이나 보금자리, 잃어버린 재산을 되찾는 모습을 회상하며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

미지의 땅이 개척되면서 총질이 난무하는 무법의 시대, 사회적인 원칙이나 기준이 전무한 미국 서부 시대에 어디까지가 인간이 지켜야 할 기준인지,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끊임 없이 갈등하게 만드는 게임. 시대상과 함께 이 게임이 선사하는 자유도가 맞물려 플레이하는 내내 몰입이 잘 된 게임이었다.

2. 아름다운 배경 그래픽이 주는 쾌감

이 게임은 비교적 최신 게임이기 때문에 그래픽이 뛰어나다. 특히 자연환경 묘사가 정말 훌륭한데, 눈이 녹지 않은 북부의 산악지대라든가, 남부의 사막, 그리고 산과 평야 사이로 흐르는 계곡과 넓은 호수가 정말 아름다웠다. 게임 플레이를 하게 되면 거의 절반의 이상의 시간은 말을 타고 다녀야 하는데, 말을 타고 다니는 내내 그래픽에 감탄하며 자연환경에 힐링이 많이 됐다. 특히 햇빛이 스며드는 광경이나 안개가 짙게 낀 숲속을 묘사한 게 정말 어메이징했고, 밤에 돌아다닐 때도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과 달빛에 비친 풍경이 정말 일품이었다.

3. 플레이어를 감탄하게 만드는 디테일한 묘사

레데리2의 단점으로 흔히 지적하는 게 바로 ‘너무나 디테일한 묘사’다. 서랍을 뒤지거나 선반에서 물건을 하나 집을 때도 다 일일이 동작을 넣어놨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굉장히 답답하다고 느낄 수 있긴 하다. 생각해보면 굉장히 현실적인 속도감인데, 나는 불만이 없었다.

오히려 미국 서부시대를 느긋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느낌이 들었고, 게임 내에서 디테일한 세계를 묘사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에 푹 몰입하며 계속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거의 완벽한에 가까운 서부시대 시뮬레이터.

개발사가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게 느껴지는 포인트가 너무나 많았는데, 아래 영상을 보면 감이 올 거다.

자유도가 높은 오픈월드 게임인 만큼 이런 묘사가 탁월했던 게 이 게임의 굉장한 장점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2018년에 이 게임이 GOTY를 그만큼 많이 받은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꼭 해봤으면 하는 게임. 개인적으로 리뷰를 한다면 별점 5개. 강력 추천. 레데리 2는 명작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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