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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 《The Forgotten City》

게임 소개

더 포가튼 시티는 자유도 높기로 유명한 엘더스크롤 스카이림의 모드로 시작한 작품이다. 유저들이 워낙 압도적인 찬사를 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결국 수많은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게 되면서 비로소 스탠드얼론 게임까지 출시하게 된 거다.

게임을 시작하면 낯선 여자가 주인공을 깨운다. 이 여자가 강물에 빠져 있던 주인공을 구해준 상황인 거다. 그러면서 앨이라는 친구가 저 뒤에 있는 고대 로마 유적을 살펴 보러 들어갔다가 나오지 않고 있는데, 혹시 가서 좀 찾아줄 수 없겠냐는 부탁을 한다. 그래서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근처에 가보면 앨이 남긴 쪽지를 발견하게 된다. 지하 깊은 곳에 숨겨진 고대 로마 도시를 발견했는데, 본인이 직접 들어가볼 것이고, 만약 한 시간 안에 돌아오지 못하면 저 건너편에 있는 것이니 이 쪽지를 초대로 여겨달라고. 그래서 주인공도 그 곳으로 들어가 앨을 찾아보기로 하는데…

정작 발견한 앨의 모습은 황금으로 뒤덮인 시체(?)였으며, 이 이상한 고대 로마 도시에는 ‘황금률’이라는 규칙을 받아들인 약 스무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황금률은 누군가 ‘죄’를 짓는다면 사람들이 황금으로 변해버리는 이상한 저주를 의미한다. 일종의 연대책임.

결국 주인공이 이 도시 안에서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고, 자그마한 도시의 구석구석을 탐험하면서 황금률이라는 미스터리를 풀고 탈출하도록 하는 것이 이 게임의 목표다.

플레이 방식

일단 이 영상을 보면 바로 감이 온다. 설명 간결하게 잘 해놨고, 뒷 부분 스토리 스포일러도 없다.

게임 초반에 주인공의 클래스(직업)을 선택해 플레이를 할 수 있는데, 클래스마다 특성이 조금씩 다르다. 이를 테면 고고학자는 남들이 해독 하지 못하는 문구를 읽을 수 있고, 총알이 10발 들어있는 총을 갖거나 최대 체력이 좀 높은 상태로 시작하는 식. 전투가 중요한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고고학자를 추천한다. 뭘 선택하든 게임 경험에서 큰 차이는 없을 거다.

마을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하다 보면 이런저런 선택지가 있는데, 내 말과 행동에 따라 사건이 다르게 벌어지고, 심지어 다른 사람을 죽이거나 소지품을 훔치면 그 ‘황금률’이라는 저주가 작동을 하기 때문에 재빨리 이 도시의 치안 판사 센티우스가 열어주는 포탈로 탈출해야 한다. 그리고 포탈은 일종의 타임루프를 일으켜 주인공이 처음에 도시에 도착했던 그 시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즉, 마을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얻어낸 정보, 그리고 탐사를 통해 얻은 아이템들과 함께 타임루프를 활용해 이 도시의 비밀을 풀어내면 이 게임의 엔딩을 볼 수 있다. 참고로 대화는 신중해야 한다. NPC들이 자칫하면 사고로 죽음을 당하기도 하고 기분 상한다고 대화를 거부하기도 하기 때문에… 물론 타임루프로 다시 돌아와 새로운 접근을 해볼 수 있는 게 이 게임의 재미.

※ 총 4개의 엔딩 – 공략 (스포일러)

더 포가튼 시티에 대한 한글 문서가 별로 없길래 내가 직접 쓰는 공략. 스포가 싫다면 이 부분은 스킵하자.

이 게임에는 총 4개의 엔딩이 존재하는데, 1번부터 4번까지 번호가 붙어있다. 번호가 낮을 수록 조금 더 쉽게 볼 수 있는(?) 엔딩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는 엔딩에 해당하고, 번호가 높아질 수록 한 사람이라도 더 구원하게 되는 더욱 대승적인 차원의 엔딩이다.

  • 엔딩 1 – The Many Shall Suffer
    타임루프 포탈을 열어주는 센티우스를 살해하면 된다. 시작할 때 얻느 총이나 게임 플레이를 통해 얻는 활을 통해 센티우스를 죽이면 더 이상 포탈이 열리지 않는 타임 패러독스가 발생하기 때문에 주인공이 도시 밖으로 튕겨져 나오게 된다. 주인공은 원래 세계로 돌아왔지만, 어쨌든 죄를 지었기 때문에 그 도시의 모든 이들은 황금률의 저주에서 계속 고통받는다는 엔딩.
  • 엔딩 2 – The One That Got Away
    일단 상부 수조에 접근해야 한다. 상부수조에 접근하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 갈레리우스가 선거에서 승리하도록 도와 둘리로부터 상부 수조 키를 얻어도 되고, 황금활을 얻은 상태에서 말레올로스 별장 아래의 수조로 들어가 담쟁이덩굴로 길을 만들어 이걸 타고 상부로 올라가는 방법이 있다.
    아무튼 상부 수조에 접근하면 갇혀있는 센틸라를 발견한다. 그녀는 센티우스가 이 도시에서 탈출하는 열쇠를 갖고 있다고 말하며, 자신도 그 정보를 알게 되자 자신을 이렇게 가둬둔 것이라고 한다. 그 사이 센티우스가 둘에게 다가오는데, 주인공이 센티우스의 시선을 끄는 사이에 센틸라가 센티우스를 죽인다. 그러나 역시 타임 패러독스가 발생해서 주인공은 원래 있던 세계로 튕겨나온다. 결국 그 도시에서 센틸라만 탈출한 셈이라 추측할 수 있다.
  • 엔딩 3 – The Ones That Got Away
    엔딩 2와 유사하지만, 갈레리우스에게 미리 심부름을 시켜 놓으면 된다. 황금률이 ​​곧 깨질 건데 땅이 흔들리기 시작할 때 상부 수조 근처에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모아야 한다고 말을 해놓자. 그 다음 센틸라에게 가서 엔딩 2와 똑같이 진행하면 센티우스가 죽을 때 타임 패러독스가 발생해 주인공은 튕겨져 나오지만 갈레리우스가 모은 사람들과 센틸라가 도시를 탈출할 수 있게 된다.
  • 엔딩 4 – The Canon Ending
    도시 맨 꼭대기 있는 대신전에 들어가기 위해 오벨리스크 명판 4개를 다 모아야 한다. 감옥에 갇혀있는 둘리가 하나 갖고 있고, 나머지3개는 지하 유적지 안에 있는데 어쨌든 이 명판들은 각각 로마, 이집트, 그리스, 수메르 문명의 것들이다. 4개를 다 오벨리스크에 삽입하면 신전이 열리고, 문 4개를 통과해야 하는데, 각 문명에서 죽음의 신을 부르는 이름이다. 이름만 다르고 결국 같은 대상을 의미하는데, 유적지를 탐험하면서 NPC들과 대화를 했다면 알 수 있다. 어쨌든 들어가면 결국 죽음의 신을 마주할 수 있다.
    이 때 엔딩을 보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황금률의 정당성에 대해 죽음의 신과 논쟁을 해서 이기는(?) 거다. 논쟁에서 이기면 죽음의 신은 황금률을 폐지하고 그 도시의 모든 사람들을 풀어준다. 그러나 만약 논쟁에서 지더라도 상관 없다. 죽음의 신과 싸움이 일어나는데 이 때 옆에 있는 프로세르피나를 죽이고 그녀의 왕관을 얻은 다음 포탈을 통해 탈출하자. 이후 다시 죽음의 신과 마주해 이 왕관을 보여주고 죽음의 신을 협박(?)하면 어쨌든 이 도시의 저주를 풀어주니까.

총평

모든 게임은 결국 개인적인 경험이 중요하다. 내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느낀 경이로움을 다른 누군가는 느끼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애초에 게임 리뷰나 추천이라는 건 지극히 주관적인 영역이다.

더 포가튼 시티는 요즘 게임 시장에서 대세라 할 수 있는 광활한 오픈월드와 자유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액션과 전투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최근에 내가 플레이한 어떤 게임보다 놀라운 경험을 선사했다.

NPC들과 대화를 할 때는 그들 사이의 관계와 그들이 처한 상황을 파악해 더 나은 결정을 내리기 위한 신중한 선택이 필요했다. 나의 말 한마디에 따라 갑자기 전혀 다른 양상으로 사건이 전개되기도 하니까. 때로는 황금률이라는 연대책임에 대한 논쟁을 하며 내가 마치 그리스 시대의 철학자가 된 것 같은 기분도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무엇이 옳고 그른지,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는 도덕 법칙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 스스로 묻고 대답하기도 했다. 게다가 ‘황금활’이라는 아이템을 얻게 되는 과정, 그리고 이를 활용한 탐사도 너무 재밌었다. 탐사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가벼운 전투도 좋았고. 수메르, 이집트, 그리스, 로마 시대를 관통하는 신화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이해하도록 하는 스토리 라인도 너무 멋졌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봤으면 하는 훌륭한 내러티브 어드벤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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