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리뷰 《The Witness》
오늘 리뷰할 게임은 2016년에 출시한 《The Witness》.
그동안 액션 중심의 게임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이 평화로운 퍼즐 게임을 골라 플레이 해봤는데, 엔딩을 본 후에도 이 게임이 주는 메시지에 압도되어 버렸고, 결국 리뷰를 남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참고로 이 게임은 아주 간단한 방식으로 조작하는 퍼즐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BAFTA(British Academy of Film and Television Arts)라는 매체에서 게임 관련 상 4개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고, 메타크리틱 점수 87점을 기록하는 등 매우 좋은 평가를 받은 게임이다.
다만 누군가에게 추천을 하기에는 좀 조심스러울 수도 있는 것이 ‘퍼즐’을 기반으로 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요즘 게임들이 대부분 ‘액션’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퍼즐 게임에 익숙하지 않다면 자칫하면 지루하다거나 어렵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난 무조건 추천이다. 이유는 리뷰와 함께 차차 적어보도록 해야지.
참고로 아주 약간의 스포가 포함될 수 있지만, 그건 어쩔 수가 없다. 스포 없이는 이 게임이 얼마나 훌륭한지 얘기하는 게 어렵기 때문.
게임 배경 및 설정
일단 트레일러 영상을 보면 이 게임이 어떤 장르인지 살짝 감을 잡을 수 있다.
게임을 켜면 어두운 지하 터널에서 1인칭 시점으로 시작하는데, 밖으로 나가면 이상한 사각 판이 벽에 붙어 있다. 이걸 푸는 방법은 단순하다. 아래 규칙에 따라 길을 따라 선을 긋는 거다.
- 시작점(원 모양)에서 출발해서 도착점(반원 모양)까지 이동한다.
- 한 번 지나간 길은 다시 지나갈 수 없다.
이 사각 판을 풀고 나면 그 판에 이어진 전선으로 주변의 다른 판이 활성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게 하나 둘 판을 풀고 나면 닫혀 있던 문에 전력이 가동해 문이 열리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여행을 떠난다.
게임의 목표 및 진행 방식
주위를 둘러보면 내가 있는 곳이 외딴 섬이라는 걸 알게 된다. 결국 목표는 이 섬에 있는 퍼즐들을 풀어 진실을 밝히고, 탈출하는 거겠지.
다만 특이한 점이 있다면, 게임 진행이 비선형적인 구조를 띈다는 거다. 즉, 하나를 풀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방식이 아니라 지금 눈 앞의 퍼즐을 풀지 못하더라도 다른 곳에 있는 퍼즐부터 풀다가 나중에 다시 와서 풀 수 있다는 뜻. 섬이 생각보다 그렇게 크지 않아서 스케일에 압도되어 의욕 상실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가볍게 산책하면 금방 한 바퀴 돌 수 있다.
섬을 돌아다니면 이런저런 구역들로 나눠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그 구역의 퍼즐을 다 풀면 노란 상자에서 기계가 나와 산 정상을 향해 레이저를 발사한다. 섬에는 총 11개의 레이저가 있는데, 이 중 7개만 발사해도 섬 정상에 있는 입구를 열 수 있다. (만약 11개를 모두 발사하면 섬 내부에서 일종의 챌린지를 진행할 수 있는데, 여기까진 굳이 안 해도 괜찮다.)
게임의 결말과 주제
결국 섬 내부에 진입해 그 안에 있는 퍼즐까지 모두 풀면 이 외딴 섬에서 탈출하게 되고 (새장 안에서 갇혀 있던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감), 엔딩 씬에서 내가 그동안 거쳐온 지역들을 보여주면서 결국엔 처음에 시작한 지하 터널로 되돌아간다. 그리고는 갑자기 게임이 ‘툭’ 하고 꺼져버린다. 처음엔 오류인 줄 알았는데, 다시 켜보니 오류는 아니었다. 그냥 말 그대로 맨 처음으로 돌아가 있더라.
그래서 다시 지하 터널을 나가보니 정확히 처음 이 게임을 켰을 때와 똑같은 장면에 놓이게 되는데…
여기서 충격적인 일이 벌어진다. 처음엔 안 보였던 이 게임의 열쇠, 궁극적인 답이 비로소 보이는 거다. 답이 처음부터 내 앞에 있었는데, 게임을 다 플레이하고 나서 지금까지 학습했던 새로운 관점으로 이 장면을 바라보니 그제서야 비로소 답이 보이더라.
결국 이 게임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새로운 관점(perspectives)”이었다.
만약 게임을 다 플레이했다면 아래 영상들을 참고하자. (스포일러 포함)
섬 곳곳에 숨겨진 이스터 에그
환경 퍼즐
The Witness 제작자를 인터뷰 한 다큐멘터리
이 게임은 우리가 당장 눈 앞에 닥친 문제를 풀 수 없을 때 잠시 숨을 돌리고 다른 곳을 탐험해보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그렇게 조금씩 모은 단서를 연결해 스스로 답을 발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렇게 이 게임이 알려준 대로, 즉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건 정말 마법 같은 일이다.
결국 《The Witness》는 흩어진 정보를 모아 스스로 해답을 찾는 과정(학습), 산을 오르는 여정(성장), 그 여정 속에서 뒤를 돌아봤을 때 새롭게 보이는 것들(관점의 전환)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가 자기 자신,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이 세계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문제들은 답이 명확하지 않고, 이 미지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의 경우 분명한 건 더 좋은 사람, 그리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거.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지루한 일상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탐험하고, 그렇게 모은 정보들을 모아 새로운 관점을 형성해보고, 그 관점으로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발견해야 한다는 것.
그렇게 이 게임도 내 일상과, 내 관점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될 거다.